강의실 벗어나 실제 비즈니스 현장 체험 기업프로젝트에 참여해 보고서도 만들어 각 대학 간판학과로 떠오르며 인재 몰려 기존 경영학 한계 뛰어넘는 다양한 시도
◆ 경영학과 2.0 ◆
지난 겨울학기 경영학과 기업 프로젝트 수업을 들은 연세대 조원제, 윤주희, 정다영, 박지수 학생(왼쪽부터)이 캠퍼스에서 기업의 해외진출 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태원석ㆍ윤정기ㆍ송하균ㆍ박성식 학생은 이번 학기 교수학습센터 팀프로젝트 공모전에 `경영학의 본질에 대한 재발견`을 테마로 제시했다. 태원석 학생은 "실용학문으로만 인식돼 있는 경영학에 대해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오해도 풀고 싶었다"면서 "국내 대학 경영학과 학생, 교수, 기업체 임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 다양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테마는 전공선택 수업인 `경영 패러다임의 이해`를 수강한 게 계기가 됐다. 강의 내용은 자유주의, 공화주의, 공동체주의 등의 인식론적 차이, 정치사상이 경영사에 주는 시사점 등 기존 경영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주제들이 태반이다. 지난 학기부터 이 수업을 시작한 배종석 교수는 "기능적 지식 전수에 그치는 대학 경영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문학적 상상력을 요구하는 과목"이라며 "대학 경영학과들이 학생들의 실무 경험과 리더십을 강화하고 글로벌화와 올바른 인성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수업들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경영학과, 대학 대표 학과로 부상하다
= 대학 학부 경영학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 경영학(經營學ㆍBusiness Administration 혹은 Management)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조직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문적 지식을 체계화한 학문이다. `과학(Science)`의 영역과는 구별된다. 오히려 테크놀로지적 성격이 강하다.
경영학은 다년간의 기업 조직 생활 속에서 재무ㆍ회계ㆍ마케팅을 경험한 전문가에게 적합한 학문 분야다. 이 때문에 대학의 학부과정에는 맞지 않는 학과라는 지적이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경영학이 태동한 미국의 경우 아이비리그 주요 대학 가운데 펜실베이니아대학을 제외하고 학부에서 경영학과를 개설해 놓은 곳은 거의 없다. 하버드ㆍ컬럼비아ㆍ예일ㆍ코넬ㆍ다트머스대 등은 학부에 경영학이 없거나 극히 소규모로 운영할 뿐이다.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기업 조직 생활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본 적 없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20세 학생들에게 프로페셔널한 경영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학장은 "경영학을 제대로 하려면 학부 시절에 인문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 회사 경력을 쌓은 다음 대학원에서 MBA를 하는 게 정석"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대학 사회에서 경영학과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2008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생긴 이후 경영학과는 인문계 간판학과로 부상하면서 우수 인재를 휩쓸고 있다. 입시업체가 내놓는 주요 대학 커트라인에서 경영학과는 인문계 톱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대학들은 `인문학의 위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영학 중심 학부 개편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그룹은 학교 발전의 핵심으로 경영대를 삼고 있다. 중앙대는 경제학부, 응용통계학과, 글로벌 지식경영학부, 국제물류학과, 광고홍보학과 등 연관된 학과들을 전부 통합해 매머드급 경영경제대학을 육성하고 있다. 황태진 경영대학장은 "각 학과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발전을 위해선 볼륨이 커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영학과 2.0 업그레이드
= 대학들은 `현장 경험 없는 풋내기 경영학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참신한 커리큘럼으로 `경영학과2.0`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는 2008년 여름 계절학기부터 `uGET(학부 글로벌체험 팀 프로젝트)` 수업을 개설했다. 후원 기업 혹은 기관이 제안한 해외 프로젝트를 학생들이 수행하며 3학점(인턴 과정 포함 시 4학점)을 이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올 여름학기에 4기가 출발한다. 삼성전자의 브라질 휴대폰시장 진출 전략, 롯데백화점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 등 기업이 요구한 프로젝트부터 영국 사례를 통한 국내 사회적 기업 대안금융 설립방안 등 공익적 내용까지 주제는 분야별로 다양하다. 대학에서 배운 CAPM(자본자산가격결정 모형) 얘기를 했다가 직장 상사에게 물정 모른다는 핀잔을 들었다는 경영학도가 많다. 하지만 최근 경영학 강의는 실용성이 높아졌다. 한양대 경영학과는 국내 최초로 국제재무분석사(CFA) 커리큘럼을 학사과정에 도입하고 2008년 2학기부터 `금융윤리`과목을 개설했다.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윤리`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왕건 한국CFA협회 교육센터장이 특임교수로 발탁됐다. 강의를 수강한 박서윤 씨는 "기업금융부서에서 일하는데, 고객과 회사의 이해가 상충할 때 수업에서 배웠던 기준을 떠올리곤 한다"면서 "수업을 듣지 않았으면 그런 인식조차 갖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대 최종학 교수의 재무회계론 시간. 최 교수가 A사 재무제표를 보여주며 "재고자산 증가율이 큰 데 무엇 때문에 재고를 늘렸을지 생각해 보라"고 질문을 했다. 학생들은 교과서 대신 금감원 사이트에서 막 뽑은 최신 재무제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경영대 석사과정 나성오 씨는 "학부 강의가 실제 기업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영 트렌드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